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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청년 상담소] 게임중독과 가족갈등,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
바쁜 한국 사회에서 고민을 털어놓을 장소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2030청년들을 위해 하이닥에서 상담소를 열었다. 하이닥 전문가와 함께하는 하이닥 [청년 상담소]. 말하기 힘든 고민이 있다면 언제든지 문을 두드려보자.
가족을 생각하면 대부분 경우 안정감, 편안함, 행복 등 긍정적인 단어를 떠올린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족이 편안한 휴식처가 아닌 오히려 정서적 고통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가족 사이에 발생한 갈등은 일반적인 인간관계와 달리 해결하기 어렵다. 같이 보내온 시간이 오래되어 믿음이 깊은 만큼 상처도 깊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복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심지어 현대에는 가족 간의 연결고리가 약해지고 서로를 이해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쏟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가족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추세다. 이로 인해 가족 갈등이 양산한 또 다른 사회적 문제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는 사회문제로까지 번져버린 가족 간의 갈등,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Q,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현재 외국에서 생활 중인 학생입니다. 제가 이렇게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한 연유는 저희 오빠가 게임 중독에 빠져서 가족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오빠는 서울에 있는 중상위권 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 바로 고시생활을 시작하였고 지금까지 약 8년간 고시생활 중에 있습니다. 매년 1차 시험은 합격하지만 번번이 2차에서 탈락하면서 오빠는 우울감이 심해졌습니다. 그러면서 우울감과 시험공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인터넷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스트레스를 풀고자 시작한 게임에 너무 몰입해 지금은 시험공부보다는 게임을 더 열심히 합니다. 당연히 부모님께서는 오빠를 못마땅하게 여기시고 오빠 역시 자신의 힘듦과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부모님께 섭섭함을 느껴 현재 가족 관계가 많이 망가진 상태입니다. 가출을 한 적도 있습니다. 제가 해외 생활 도중 한국을 종종 방문해 오빠와 부모님의 관계를 개선해 보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이미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꾸기에 몇 주의 짧은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제가 최근 2년 동안 한국을 방문하지 못했고 그 사이 부모님과 오빠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어머니가 상담 치료를 시도해 보았지만 오빠는 '나를 미친 사람 취급하냐'면서 오히려 사이가 더 멀어져 버렸습니다. 이제는 오빠보다는 부모님이 더 걱정이 됩니다. 오빠로 인해서 부모님 관계마저도 망가질까 봐 무섭습니다. 그래서 오빠의 치료는 조금 미뤄두고 우선 부모님의 상담을 먼저 진행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이상돈 부원장(구로푸른솔정신건강의학과의원 )"
안녕하세요. 푸른솔 정신건강의학과 이상돈입니다. 이렇게 보내주신 사연만으로는 보내주신 분의 가족 구성원 개개인과 가족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정신역동(Psychodynamic)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있어 제한이 있음을 전제로 제 의견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정확한 진단은 직접적인 면담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연을 비추어 보았을 때 오빠분은 8년이라는 오랜 고시생활 동안 반복적인 좌절, 학습된 무기력, 혹은 자신에 분노를 겪으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지친 상태일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게임에만 몰두하는 모습 역시 공부를 해도 또다시 좌절할 수도 있는 두려운 미래 또는 현재의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감에 대한 회피일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현재는 그 정도가 일상생활에 뚜렷한 손상을 일으키는 상황으로 오빠 분께서 우울장애를 겪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 먼저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이런 우울장애는 고통을 겪고 있거나 질병을 이겨내고자 노력하는 환자 본인을 비롯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그 정도가 조현병 환자와 가족들이 겪고 있는 그것과도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Issues in Mental Health Nursing에서 2016년도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실제 우울장애 환자의 가족들은 불안, 우울, 죄책감, 번아웃, 무기력감, 육체적 피로감 등의 증상들을 흔하게 겪으며, 이는 가족의 전반적인 기능 저해로 이어진다고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많은 경우, 환자가 겪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 자체의 전염성과 더불어 가족들이 질병에 대한 이해와 대처가 부족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면 보내주신 사연처럼 게임에만 몰입해가는 오빠의 변한 모습을 부모님께서는 오랜 고시 생활로 인한 우울, 불안 또는 무력감에 의해 발생한 행동이라고 받아들이지 못하셨기에, 공감을 위한 대화보다는 부모님의 입장에서 오빠와 상황을 판단하고, 그들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 방법을 통해 상황을 해결하고자 접근하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이런 경우 사연에서와 마찬가지로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으며, 부모님들이 기대했던 오빠의 모습으로부터의 괴리감과 더불어 통제를 벗어난 지금의 상황 등에 대한 긴장도가 높아질 것입니다. 이를 통해 결국 우울, 불안, 분노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그러한 감정들을 원인을 찾거나 혹은 해소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사소한 말다툼이나 서로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져 언급한 부정적인 감정들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위에 이야기했던 저의 의견들도 사연자의 부모님께서 겪고 계시는 감정적인 고통들에 대한 참고적인 이야기일 뿐입니다. 지금 고통으로 인한 증상들과 그로 인한 직업적, 사회적 기능 손상 여부에 대해서는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방문할 수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선택하시고, 직접 방문하여 정확한 평가와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평가 및 치료를 통해 생각이나 느끼고 있는 감정들에 대해서 고찰하고, 그 과정에서 감정들을 환기(Ventilation) 시키는 것을 통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부디 사연자분과 그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나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저는 이만 마무리하겠습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이상돈 부원장(구로푸른솔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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